물결의 간격이 좁으면 파동이 더 빨리 움직일까요? 그림 한 장만으로는 알 수 없습니다. 간격은 공간에서 반복되는 거리이고, 빠르기는 그 무늬가 일정한 시간 동안 이동하는 거리입니다. 한 자리에 머물며 몇 번 흔들리는지도 별개의 정보입니다. 파장·진동수·속력은 서로 연결돼 있지만, 먼저 어디를 보고 무엇을 세는지 나누어야 합니다. 줄을 따라 이동하는 단순한 주기파와 다른 매질로 들어가는 빛을 예로 세 양의 관계를 살펴보겠습니다.
움직이는 마루와 흔들리는 한 점
줄의 한쪽 끝을 주기적으로 위아래로 흔들면, 줄에 생긴 굽은 모양이 옆으로 전파됩니다. 줄에 표시한 작은 점은 그 모양을 따라 끝까지 달려가는 대신 제자리 부근에서 위아래로 진동합니다. 한 점의 진동과 파동 무늬의 이동을 나누어 보면 파동의 속력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분명해집니다.[S1][S2]
사진에서 가장 높이 올라간 부분을 마루라고 부릅니다. 시간이 지나면 마루의 위치는 옆으로 옮겨 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처음 마루에 있던 줄의 한 점은 다음 순간에도 계속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점들이 차례로 올라가면서 높은 부분의 위치가 바뀝니다. 운동장의 응원 물결에서 사람들이 자리를 옮기지 않아도 일어서는 무늬가 이동하는 모습과 비슷합니다.
이 글에서 쓰는 줄의 예는 단순한 횡파입니다. 줄의 점은 위아래로, 무늬는 줄을 따라 옆으로 움직입니다. 소리처럼 입자의 진동 방향과 전파 방향이 나란한 종파도 있습니다. 따라서 모든 파동을 위아래로 출렁이는 물질로 보지는 마세요. 공통으로 읽을 것은 반복되는 변화와 그 변화가 전해지는 방향입니다.[S1]
파동의 속력이라고 할 때에는 무늬가 퍼지는 속력을 뜻합니다. 줄의 한 점이 위로 올라가는 순간의 속력과 같지 않습니다. 점은 올라갔다 내려오면서 운동 방향을 바꾸지만, 오른쪽으로 진행하는 파동의 마루는 계속 오른쪽으로 옮겨 갈 수 있습니다. 사진 속 높이와 이동 방향을 먼저 나누면 뒤의 거리·시간 관계도 읽기 쉬워집니다.[S2]
파장은 거리, 진동수는 시간입니다
같은 시각에 줄 전체의 모양을 본다고 합시다. 인접한 마루에서 다음 마루까지의 거리가 파장 λ입니다. 두 마루는 진동 과정에서 같은 상태에 있는 점들입니다. 마루에서 바로 다음 골까지는 한 파장이 아니라 반 파장입니다. 같은 위상이 반복되는 가장 가까운 두 지점 사이의 거리를 재야 합니다.[S1]
반대로 줄의 한 점만 지켜보면 시간의 반복이 보입니다. 그 점이 한 번의 진동을 마치고 같은 운동 상태로 돌아오는 시간이 주기 T입니다. 1초에 몇 번 반복하는지가 진동수 f이고, 단위는 헤르츠(Hz)입니다. 1Hz는 초당 한 번이라는 뜻입니다. 주기가 길어지면 같은 시간에 반복하는 횟수는 줄어들므로 f=1/T입니다.[S1][S2]
가령 주기가0.5s라면 1초에 두 번 반복해 진동수는2Hz입니다. 같은 파동의 사진에서 인접한 마루 사이가2m라면 파장은2m입니다. ‘2’라는 숫자가 같더라도2Hz와2m는 서로 다른 양입니다. 하나는 한 위치에서 시간당 반복하는 횟수, 다른 하나는 한 시각에 공간에서 반복되는 거리입니다.
두 그래프의 모양이 모두 사인 곡선처럼 보여도 가로축이 다르면 읽는 양이 달라집니다. 가로축이 위치(m)라면 마루 사이에서 파장을 읽고, 시간(s)이라면 같은 점의 반복 사이에서 주기를 읽습니다. 세로축의 높이는 이 둘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그래프 모양에 앞서 축 이름과 단위를 보는 이유입니다.

한 주기 동안 한 파장만큼 갑니다
오른쪽으로 진행하는 일정한 주기파를 생각해 봅시다. 한 주기 T가 지나면 파형은 한 파장 λ만큼 옮겨 가서 같은 모양이 다시 이어집니다. 이동한 거리를 걸린 시간으로 나누면 v=λ/T입니다. 주기의 역수가 진동수이므로 이 식은 v=λf로도 쓸 수 있습니다.[S1][S2]
파장이2m이고 진동수가2Hz인 가정 예에서는 속력이2×2=4m/s입니다. 같은 계산을 주기로 읽으면2÷0.5=4m/s입니다. 0.5초에2m만큼 옮겨 가는 무늬라는 뜻입니다. 숫자를 곱하는 것뿐 아니라 어떤 거리와 어떤 시간을 사용했는지 함께 설명하면 두 식이 같은 관계라는 점이 보입니다.
단위에서도 관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파장은 m, 진동수는1/s이므로 곱한 결과는 m/s입니다. 진동수2Hz를 속력2m/s로 바꾸어 읽을 수는 없습니다. 파장이 얼마나 긴지 알아야 그 진동이 전파되는 속력을 계산할 수 있습니다. 파장과 주기를 함께 주었다면 거리와 시간의 비로 바로 계산할 수 있습니다.
속력이4m/s로 일정한 조건에서 진동수를4Hz로 높이면 파장은4÷4=1m로 줄어듭니다. ‘더 자주 흔들면 더 빨리 전파된다’가 아니라, 여기서는 같은 속력으로 이동하는 반복의 간격이 좁아진 것입니다. 전파 속력이 일정하다고 놓을 수 있는 같은 매질·조건의 비분산 근사에서 하는 비교입니다. 모든 매질에서 속력이 진동수와 무관하다고 일반화하지는 않습니다.[S1][S2]
| 가정한 주기파 | 파장 | 진동수 | 주기 | 전파 속력 |
|---|---|---|---|---|
| 처음 조건 | 2m | 2Hz | 0.5s | 4m/s |
| 같은 속력, 더 높은 진동수 | 1m | 4Hz | 0.25s | 4m/s |
이 표에서는 속력을 고정하고 진동수를 바꿨습니다. 반대로 진동수를 고정한 채 다른 매질에서 속력이 바뀌면 파장이 달라집니다. 관계식 하나로 읽더라도 어느 양이 유지되는지에 따라 설명은 달라집니다. 다음 빛의 예는 바로 그 경우입니다.
매질이 바뀌면 무엇이 달라질까요
단색 빛이 정지한 매질의 경계를 통과하는 보통의 굴절에서는 진동수가 유지됩니다. 경계 한쪽과 다른 쪽에서 시간당 반복 횟수는 같고, 매질 속 전파 속력이 달라집니다. 빛의 속력을 v, 진공에서의 속력을 c라고 할 때 굴절률은 n=c/v로 나타냅니다.[S3][S4]
빛의 진공 파장을600nm, 다른 매질의 굴절률을1.5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 매질에서 속력은c/1.5입니다. 진동수가 같으므로 파장도 같은 비율로 줄어600÷1.5=400nm가 됩니다. 이1.5는 예제를 위한 가정값이며 특정 유리의 모든 색에 공통인 실측값을 뜻하지 않습니다.
| 비교하는 양 | 진공 | 굴절률1.5를 가정한 매질 |
|---|---|---|
| 속력 | c | c/1.5 |
| 진동수 | 같은 f | 같은 f |
| 파장 | 600nm | 400nm |
그림에서는 경계에 수직으로 들어가는 빛의 평행한 파면을 사용합니다. 경계 안쪽의 파면 간격은 좁아져도 시간당 반복은 같다는 관계를 보여 주기 위한 구도입니다. 비스듬히 들어가면 진행 방향도 달라질 수 있지만, 파장 변화와 방향 변화는 구분해서 읽어야 합니다. 수직 입사에서 방향이 꺾이지 않아도 속력과 파장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S3]
여기서는 움직이지 않는 보통의 선형 매질 경계와 한 가지 진동수의 빛을 다룹니다. 움직이는 경계나 비선형 주파수 변환까지 같은 설명으로 묶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매질이 바뀌니 진동수도 바뀐다’는 식으로 세 양을 모두 함께 바꾸지 않는 것입니다. 경계에서 유지되는 양을 먼저 찾으면 다른 양의 변화도 관계식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래프의 가로축부터 읽습니다
세로축이 변위인 파형에서 진폭은 평형 위치로부터 얼마나 크게 벗어나는지를 나타냅니다. 마루가 높다는 것과 마루 사이가 넓다는 것은 다른 특징입니다. 진폭이 크다고 파장이 길어지는 것도, 진동수가 높아지는 것도 아닙니다. 높이·거리·시간을 각각 읽어야 합니다.[S1][S2]
한 시각의 공간 그래프만 있으면 파장은 읽을 수 있지만, 그 무늬가 얼마나 빨리 이동하는지는 아직 모릅니다. 같은 모양이1초 뒤 얼마나 이동했는지, 또는 한 위치에서 반복하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같은 시간 정보가 더 필요합니다. 반대로 한 점의 시간 그래프만으로는 공간에서 마루 사이가 얼마나 떨어졌는지 알 수 없습니다.
사진의 물결 간격, 한 점이 흔들리는 횟수, 무늬가 옮겨 가는 거리를 나누어 보세요. 이어서 축의 단위를 읽고 어떤 조건을 고정했는지 찾으면 파장·진동수·속력이 서로 다른 양이면서도 하나의 관계로 이어진다는 점이 드러납니다. 높은 진동수라는 말만으로 빠른 전파를 판단할 필요도, 촘촘한 무늬를 느린 파동이라고 단정할 필요도 없습니다.